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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아이존은 아이들의 꿈을 위한 공간입니다.
아이의 나르시시즘은 정상 발달과정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의 나르시시즘이다. 부모가 자녀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허기를 채우고자 할 때 허덕이게 된다. 
 
사내아이 ‘떼굴이’는 누나들과 놀다가 자주 떼를 쓰고 운다. 함께 게임을 할 만큼의 나이는 되었지만 서너 살 위의 누나들에게는 턱도 안 되는지라 번번이 진다. 게임이 중반을 넘어서 패배의 그늘이 드리우면, 떼굴이는 울먹거리기 시작하고 끝날 때쯤이면 울음이 폭발하면서 판을 뒤집는다. 뿐만 아니다. 여행을 가서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길바닥 한가운데 벌떡 드러눕는다. 가족 여행처럼 여러 사람이 움직여야 할 때에도, 한번 속이 엉키면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본다. 
 
나르시시즘이란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하는 것,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엄마, 아빠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발달과정에서 정점을 찍는 시기가 있다. 대략 항문기에서 남근기로 넘어가기 직전, 즉 만 3세가 되어갈 무렵 나타난다고 본다. 남근기 무렵에 나타난다 해서 ‘남근기적 자기애(phallic-narcissis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너 살의 아이들이 꼭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바로 ‘나르시시즘’이라는 산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믿는 산을 넘는 것이다. 누구보다 잘났다가 아니라 그냥 내가 잘났다고 믿는 것이다. 뭔지 모르지만 내가 최고이고,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 시기다. 조악하게 만든 진흙 만들기를 가지고 와서도 잘 만들었다고 하고,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면서 우기기도 하고, 자기가 잘못한 것도 엄마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우월감이 신체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하기도 한다. 남아의 경우 고추를 선뜻 보여주기도 하고, 여아의 경우 자신의 몸이나 인형에 치장을 하기도 한다. 
 
정상발달이다. 유아기, 아동기 전체를 하나의 산에 비유한다면 이 남근기적 나르시시즘은 그 산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하산하는 길만 남았다. 오이디푸스기로 들어가면 엄마아빠와의 3자 관계에서 더 이상 엄마는 ‘내 사랑’이 아니며 약자에 서있는 자신을 깨달아야 한다. 죽도록 미운 동생을 ‘보듬는 척’이라도 해야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좌절을 잘 감내하고 참아내려면, 사전에 나르시시즘의 정상에서 내가 최고라는 ‘야호∼’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희열의 경험이 있어야 ‘아니꼬운 세상’도 참아낼 수 있고, 나보다 잘난 친구가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잘났다’는 ‘야호’에 부모는 그래 ‘우리 아이 최고’라며 메아리를 울려주어야 한다. 굳이 엄마아빠가 깨우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서 수도 없이 많은 좌절을 느끼게 된다. 아이가 좌절할 때마다 다독거려서 다시 그 좌절 속으로 내보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과정을 가리켜 코헛은 아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좌절, 즉 ‘적절한 좌절(optimal frustration)’의 과정이라고 불렀다. 
 
나르시시즘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아이의 말대로 다 들어주면 버릇 나빠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워한다. 아이의 투정 한두 번 들어주는 것으로 버릇없는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의 성숙도와 더 관련이 깊다. 특히 부모의 나르시시즘이 아이에게 투사될 때 문제가 된다. 아이 스스로가 좋아서 ‘내가 잘나고 싶다’는 것과 부모가 ‘너는 꼭 일등을 해야만 한다’고 하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처음엔 자신이 좋아서 한 일도 부모가 부담을 주면, 부모의 기대와 불안까지 아이가 떠맡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하지만, 그 벼가 익기 위해서는 하늘을 향해 쭉 뻗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 벼가 묵직하게 영글기 위해서는 햇볕을 듬뿍 받아야 한다.     


출처: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행복한자녀양육 <박경순 칼럼> 정상발달로서의 나르시시즘 - ‘내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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